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터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이민자 단속이 한인사회에 충격을 안겨다줬다. 체포된 475명 가운데 한인이 상당수를 차지하며, 한인들도 더 이상 이민단속과 구치소 수감에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조지아주는 연방 이민구금시설, 특히 대규모 이민구치소가 다수 존재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인 300명이 수감된 조지아주 동부 포크스톤 구치소를 시작으로, 조지아 남부 스튜어트 이민구치소, 어윈 카운티 이민구치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들 이민구치소의 열악한 시설과 환경이다. 한국정부 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 300명은 이민구치소 수감 일주일 동안 곰팡이 핀 매트리스, 냄새 나는 물, 열악한 음식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것이 21세기 미국의 현실이다.
체포된 현대차 한국인 노동자들은 공장 건설을 위해 B1비자, 무비자 등으로 입국했으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범죄자가 아니다. “적법하지 않은 비자”라는 ICE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이것은 단순한 ‘서류상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열악한 이민구치소에서 범죄자와 다름없는 취급을 당했다.
이는 조지아주 포크스톤 이민구치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이민구치소에서 수감자 15명이 사망했다. 6만 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과밀수용된 채 비위생적 환경에서 의료 부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로리다의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에서는 1200명 이상이 가족도 변호인도 찾을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고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 퍼스트(Human Rights First)의 야닉 길 (Yannick Gill) 변호사는 지적한다.
전직 이민국 조사관인 헤더 호건(Heather Hogan) 이민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민구치소 수감자 대부분은 범죄자가 아닌데도 수갑과 족쇄를 차고 감옥처럼 생활한다. 새벽 3시에 기상해 하루 종일 대기실에 갇힌 채 심사를 기다린다. 한국인 수감자들이 증언한대로 ‘정신적’고문이다.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구금시설이 정신건강·자살예방·사건보고 절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위험에 처한 수감자들이 오히려 독방에 격리된다. 국제기준상 고문으로 분류될 수 있는 행위다.
더 심각한 것은 투명성의 실종이다. 비영리단체 #DetentionKills를 운영하는 애틀랜타 변호사 앤드류 프리(Andrew Free)에 따르면, 이민구치소는 인권단체와 연방의원들의 방문을 거부하고 있다. ICE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며 인권 감시를 차단하고 있다. 헌법상 의회의 감독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다.공식 사망자 수보다 실제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1500억 달러 규모의 이민 단속 예산이 있다. 이 중 450억 달러가 이민구치소 확충에 직접 투입된다. 주 및 지방 교도소, 그리고 사설 구치소들이 정부계약으로 매출을 거두면서, 이민자 수감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비자 오버스테이나 비자 문제는 형법 위반이 아니라 행정법 위반일 뿐이다. 구금은 처벌이 아니라 행정절차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 정부가 열악한 환경을 이용해 이민자들이 스스로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인권보다 처벌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자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합법체류 한인 심지어 시민권자는 안심할수 없다. 감옥 공화국에서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