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의 세대는 극심한 경제적 곤궁과 정치적인 격변속에서 혼란의 시기를 직접 보고, 겪고, 견디며 이시간 까지 달려 왔다. 그시절엔 생활 전반에 걸쳐 절약과 검소를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늘날 번영하는 한국경제의 발판을 마련한 세대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가난했던 그 시절, 부모 세대의 몸에 밴 절약 정신을 우리세대도 그대로 보고 배웠다. 일상용품에서부터 주식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아끼고 절약하며 지냈던 그 시절 생활상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돌아 가신 부친께서는 사업상 동네 신문 지국장들과의 안면 때문에 신문 구독을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고 받아 보신 신문 가지수가 무려 5부나 됐다. 신문지가 얼마나 많이 쌓이는지 모친께서는 신문 구독 줄이라는 잔소리를 이틀이 멀다하고 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산의 북부 지역이라 주로 오는 손님들은 경남의 동남부(마산·진해·진주·하동), 서북부(밀양·청도·경산·경주) 지역에서 오시는분이 많아 신문지를 모아 두었다가 그분들에게 주시곤 했었다. 어디에 사용 하는지 물어 보니 다용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방을 새로 만들면 초배지(벽지 붙이기 전에 초벌로 붙이는 종이)로 쓴다고 했다.
얼마전 어느 노배우 할머니는 아직도 평생 살아오신 신념이 몸에 배어 전기요금이 항상 기본요금만 나올 정도여서 검침원이 사람이 거주 하는지 안하는지를 확인할 정도였다고 한다. 얼마나 전기를 아끼는지 밤에도 쓰지 않는 곳 전등을 모두 소등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있는 곳에 전등 하나만 켜고, 화장실 갈 때도 웬만하면 왜 불을 켜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냥 보이기만 하면 대강 않아서 볼일 보면 되지 왜 비싼 전기를 환하게 켜고 있냐고 채근했다고 한다. 그런 절약 덕분에 재산도 상당히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냥 옛날 방식대로 근검 절약이 자기 생활의 법칙이라고 하니 어쩔수 없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연예인 분도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절약 방법을 소개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키친 타올도 별로 더럽지 않으면 다시 한번 빨아서 차곡 차곡 말려 재사용하고 깨끗한 냅킨도 그런식으로 모아 두었다가 더러운 곳 청소할 때 재사용 한다고 했다. 참을호 대단한 절약 정신이다.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여유가 상당한 분들이 그런 정신 자세를 잃지 않고 있으니 미래는 걱정할 일이 없을 듯 하다.
반면, 요즘 세대들은 풍요한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지, 모두는 아니지만 근검 절약은 이미 옛이야기인 듯 하다. 키친 타올 한장이면 충분할듯한 곳에도 여러장 두루룩 뜯어서 한번 쓱 훔치고 바로 쓰레기통에 넣는다. 물 한방울 떨어진 곳에도 마찬가지다. 옛날 손빨래 하고 말려 사용했던 행주걸레는 지금 세대에게는 아예 말이 안통할까 싶다. 그만큼 모든 것이 풍부하고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요즘 세대들의 생각과 우리 세대의 생활 신념이 통할리가 있겠는가.
어쩌다가 우리가 하는 것처럼 ‘아끼고 절약하고 살아라’라고 하면 노인네들 잔소리 심하다 할것이고… 모든 것이 구세대와 요즘 세대의 생활 방식 차이이니 어쩔수 없다. 시절이 변해도 정말 많은 세월이 지나간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요즘같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깊은 가을의 시간을 보내노라면 그 옛날, 나의 삶의 궤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