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을 걷어내니 먼지가 가득하다. 드디어 미루고 미루어 왔던 마루 공사를 시작했다. 오래된 카펫을 뜯어내고 마루로 깔아볼 생각으로 우리 방부터 손을 댔다. 방 안 가득 채워졌던 가구를 거실로 옮기고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내어 놓았다. 버려진 물건들은 바로 쓰레기가 된다. 방금 전까지도 방 안에 놓여 있었고 어딘 가에 쓰여 지길 기다리던 것들은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물건임이 확인되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버려졌다. 케케묵은 것들을 치우니 속이 다 시원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해 볼까?
침대와 책상, 서랍장과 여러 종류의 옷과 소지품들, 책 꽂이 가득하던 책들을 하나하나 거실로 옮겨 놓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싹 비워진 방에서 남편의 일이 시작되었다. 우선 카펫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서 돌돌 말아 올리는데 말이 쉽지 어지간히 힘이 드는지 낑낑대며 땀을 흘렸다. 이제 시작인데 큰일이다 싶었다. 카펫을 다 걷어내니 그 밑에 얇은 보호제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살살 긁으며 떼어 내는데 먼지가 많아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했다.
드디어 맨 바닥이 드러났다. 청소기로 싹싹 남은 먼지를 다 빨아내고 나니 반지르르 깨끗한 시멘트 바닥이 되었다. 그제서야 마루를 깔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아침부터 시작한 작업이 점심때가 되어서야 겨우 마루 까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남편의 꼼꼼한 성격에 대충 할리 없겠다 생각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르고 끼워 맞추고 하는 것이 제대로 일을 하는 것 같아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수월해 보여 몇시간이면 다 하겠다 싶었는데 그럴 리가 있나 마지막 몰딩 작업과 경계를 이어주는 부분은 꽤나 손이 많이 가면서 저녁 늦게까지 더디게 만들었다. 방 하나 마루로 바꾸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오늘은 그만 합시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서 벽에 페인트 칠은 내일로 미뤘다.
다음날, 아침을 챙겨먹고 바로 페인트 칠을 했다. 벽에 붙여 놓았던 여러 장식품들을 떼어내니 자국이 남아 그 흔적을 지우는데도 할 일이 많았다. 우리 생활의 일부였던 여러 흔적들이 하나씩 지워지는 기분이라 아쉬 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볍고 깨끗해진 벽을 보니 홀가분하고 시원했다. 페인트가 마르고 깨끗해진 방으로 차근차근 짐을 다시 옮겨 놓았다.
거실 한 복판에 놓인 침대에서 삼일 밤을 잤다. 가족들끼리 하는 작업이라 맘 편히 먹기로 하고 시작해서 그런지 거실에서 자고 먼지투성이 가 된 곳곳을 수시로 닦아내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주 오랜만에 야외는 아니지만 캠핑 하는 기분도 들었고 어수선한 물건을 정리하니 마음도 가벼웠다. 깨끗해진 방을 본 두 아들이 자신들의 방도 바꿔 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은 남편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면서 방안에 물건을 다 비워 놓고 카펫까지 걷어 놓으라고 아들들에게 지시를 했다.
성질 급한 작은 아들부터 자기방의 물건을 거실로 옮겼다. 침대, 컴퓨터 책상, 쏟아져 나온 물건을 보니 작은 방안에 그 많은 것들이 있었나 싶을 만큼 거실이 가득 채워졌다. 그렇게 작은아들도 삼일 을 거실에서 잤다. 평소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녀석도 색다른 경험이 되었는지 신나게 방을 치우고 아빠의 손을 거들며 마루리를 했다. 또 하나의 방이 깨끗하게 변신했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우리 가족은 그렇게 큰 아들의 방까지 해서 모든 카펫을 걷어 내고 마루로 싹 갈아 치우고 페인트 작업까지 하면서 방을 깨끗이 정리했다. 작업을 하면서 어릴 적 모래에 손을 집어넣고는 쌓아 올리며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두껍 아 두껍 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 오!”
그땐 부르면서도 미안했었다. 헌 집 주고 새 집 달라는 심보가 마음에 걸렸었다. 지금은 당당히 수고를 했으니 기분 좋게 노래하고 싶다. 두꺼비 보단 남편을 부르면서 “헌 집 줄게 새 집 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