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가을,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1989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Driving Miss Daisy’는 깐깐한 유대계 노부인과 흑인 운전사의 인간적인 관계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특히 초반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노부인이 운전사의 소소한 운전 버릇을 트집잡는 것이 그 당시 내 남편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운전할 적에 나는 옆에 앉은 남편을 ‘미스터 데이지’라 불렀다. 세월이 지나면서 노부인 미스 데이지는 운전사인 호크를 믿고 의지했지만 내 남편은 그러질 않았다. 사실 예전에는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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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서로에게 주는 선물이다. 상대에게 진심을 다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 그 만남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다산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이 그러하다. 다산과 황상의 만남은 험난한 유배지에서 이루어진, 인간적인 존중과 깊은 학문적 교류가 있었던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정리를 나누는 깊은 관계였다. 정조 서거 후, 몰아닥친 노론 벽파의 공격으로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다. 유배지 주민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다산은 동구 밖 주막집에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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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멈추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라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 한국의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다. 그는 올해 92세인데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128번째 책인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출간했다. 오래전, 이웃에 사시는 은퇴한 의사분이 한국에 갔을 때 강원도 홍천에서 일주일을 보냈다고 했다. 이시형 박사가 만든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왔는데 매우 좋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바쁘게 일에 쫓기며 살던 습관을 완전히 잊고,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보는 경험이 좋았다고 했다. 숲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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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 위에 몇 안 되는 물건을 올려놓고, 뭔가를 사주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굵게 패인 이마의 주름을 따라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내 눈을 맞추려 올려든 이마는 더 깊은 골을 만들었고, 누런 이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구경하던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넸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한낮의 태양 아래,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구슬땀이 반짝였다. 그 땀방울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꼈다. 옆에 앉은 어린 소녀의 이마에도 땀에 젖은 잔머리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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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과 적당히 차가운 날씨의 가을 시작이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여 전날 싸놓은 짐과 함께 차에 올랐다. 집에 남겨두는 남편과 막내에게 무사히 잘 다녀오겠노라는 비장한 각오를 전하고 출발했다. 며칠 전 타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 아이가 공연을 보려 친구와 계획했었지만 일이 생긴 친구가 못 가게 되었다고 속상해했었다. 무척 아쉬워하며 힘빠진 아이를 위로해 주려, “나랑 같이 갈까?”는 말을 무심결에 했다. 예상외로 “엄마 갈 수 있어? 시간돼? 같이 갈래?” 물으며 삽시간에 흥분한 목소리가 수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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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서로마제국 멸망 후 동로마제국의 최고 전성기를 이끈 황제다. 그는 분열된 동서교회를 통합시키고 이탈리아 본토 회복과 지중해 세계의 통일로 옛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고자 했다. 이 황제 뒤에는 현명하고 강단 있는 한 내조자가 있었다. 바로 테오도라 황후였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비탈레 성당 제단을 둘러싼 세 벽면은 비잔틴 시대의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중앙 벽에는 천구 위에 앉은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 양편에 각각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그의 부인인 황후 테오도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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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의 결정을 내린다. 눈을 뜨자마자 시작되는 선택의 연속은 마치 인생이라는 항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대 사회는 선택권의 확대를 자유의 핵심적인 상징처럼 여긴다. 아침에 눈을 떠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점심 메뉴, 일과 후 시청할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 풍요로운 선택 속에서 ‘우리는 더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흥미롭게도 수많은 연구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불안과 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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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피트니스에 가면 늘 매트에 누워 스트레칭을 하던 동양인 부부를 보았다. 두분 다 몸을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남자분이 다른 한국분과 이야기할 때 그들이 한국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아, 한국 분이시군요?” 그렇게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분의 부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체조 국가대표라고 했다. 대한민국 초대 국가대표라고 했다. “와, 대한민국 초대 국가대표라니! 그런 분의 남편은 어떤 분일까요?” 내가 묻자, 그는 태권도인으로 미국에서 45년간 태권도 학원을 운영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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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북부의 단풍은 이제 절정기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잎들이 성급하다면 아직 푸르고 단단하게 가지를 잡고 있는 싱싱한 잎들은 은근과 끈기를 자랑한다. 아침 햇살에 파르르 떨며 흩날리는 낙엽을 감탄하며 가을의 향기가 가미된 커피를 마시니 ‘life is good’이다. 새벽에 큰사위가 집 떠나기 전에 내려놓고 간 커피는 내 입맛에 꼭 맞다. 강한 커피를 즐기는 그가 만든 커피를 뜨거운 물로 희석해서 마신다 했더니 오늘은 우리 부부가 좋아할 강도로 만들어 놓고 출근했다. 그리고 지난번 뉴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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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한달전만 해도 푸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나뭇잎들이 서서히 노랗게, 붉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뒷마당에 홀로 선 감나무 잎은 아직 그대로 초록인데 열매는 발갛게 물들어 자꾸 눈길을 끈다. 바람이 서늘해 지니 하루가 다르게 발갛게 익어가는 감을 나보다 먼저 알아채는 녀석들이 있다. 달콤한 맛이 들기 무섭게 새들이 와서 쪼아 먹는 것이다. 예쁘고 고운 색의 말랑한 열매는 벌써 새들이 입맛을 들여 놓았기에 나의 순서는 언제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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