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에 ‘희년 (Jubilee Year 2025)’ 을 선포한 프란시스 교황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의 성스러운 문(Holy Door)을 열며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25년마다 돌아오는 가톨릭 희년은 신자들에게 죄사함과 신앙이 깊어지는 기회를 준다. 특히 이번 희년의 주제 ‘희망의 순례자들 (Pilgrims of Hope)’, 코비드를 겪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문제까지 온통 어지러운 세상에 평화를 구하는 순례에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로마에 도착해서 고도시에서 보고 싶은 여러 관광지를 찾으며 동시에 성당을 찾아다녔다. 화씨 9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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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빛 한 조각 거울 속으로 저물었다 이름 모를 얼룩들 햇살에 긁혀 지어내는 창백한 표정 무뎌지는 밤을 향해 몸을 말았던 작은 침묵들이 속을 비추고 삶의 모서리에 걸린 채 엉키고 풀리며 무심코 흘린 마음 마른 잎처럼 남아 유리 틈새를 바스락 거린다 낮게 앉아 흩어진 밤을 모으는 기도의 흔적처럼 너였던 것을 이제야 나라고 부르며 밤의 출구에 붉은 새벽이 발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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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나뭇잎이 초록빛을 맘껏 발산하는 더운 날이었다. 미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미미는 나에게 병문안을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H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 H는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미미는 동네 어르신들과 정답게 지낸다. 동네를 걷다가 문 앞에 앉아 계신 할머니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안부를 묻는다. 할머니와의 대화가 어떤 내용일지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 익숙하지만, 미미는 늘 처음 듣는 것처럼 귀 기울인다. 또 미미에게는 적극적인 다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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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16 케이팝 아이돌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라고 하기도 부담스러운 에니메이션이 더구나 흔한 악령퇴치 소재의 영화가 전세계를 열광시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 악령 퇴치는 오래 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감독들은 악령을 없애기 위해서 신성하고 불가사의한 힘을 불러와야 했고 그 힘의 근원을 전능한 신이나 강력한 서사를 지닌 신화, 전설등에서 가져왔다. 케데헌(케이 팝 데몬헌터스)역시 그 근원을 과거의 힘에서 불러왔다. 하지만 그 근원을 신도 영웅도 아닌 한국의 무속에서 불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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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공지능만큼 더 뜨거운 화두는 없는 것 같다. 그 발전 속도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기술의 진보가 워낙 빨라서 AI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조차 최신 동향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첫 번째 집단이 전통적으로 예상되던 블루칼라 노동자가 아니라, 바로 AI를 개발하는 전문가들 자신이라는 점이다. AI가 AI를 만드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발자들마저 자신이 만든 기술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직면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I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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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에 USA Today에서 특별 기획한 여름 독서 목록이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선정된 책 소개를 받고 자세히 살펴봤다. 선뜻 끌리는 책이 없었다. 낯익은 작가들도 아니어서 어떤 책을 선택할까 망설이다 목록이 실린 신문을 읽던 책 위에 올려놓으며 집안 여기저기에 그리고 차 안에 읽다 만 책들에 내 의식이 눌렸다. 올 여름 손주들과 들썩이며 생활하느라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예전에 좋아했던 작가의 신작소설을 읽으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플롯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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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42) 그림책 의 영어 원제는 즉, 마켓 스트리트의 마지막 정거장이다. 마지막 정거장에 내린 사람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아직 목적지를 찾지 못했거나,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하염없이 떠도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먼저,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글쓴이 ‘멧 데 라 페냐’ 이름 위에 버스 정거장이 보인다. 정거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소년의 옆에는 쓰레기로 넘쳐나는 쓰레기통이 있고, 옆에 나란히 앉아 뜨개질하는 할머니의 옆에는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책의 첫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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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클레스의 검’은 영웅이 전장을 누비며 적과 싸울 때 쓰는 검이 아니다. 이는 아무 부족함이 없고 우아하게만 보이는 왕의 머리 위에 매달려 그 목숨을 위협하던 무서운 검이다. 이 검은 권력을 탐하는 자에 대한 통렬한 경고였다.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 시라쿠사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을 고대 그리스인이 점령하여 시라쿠사라는 도시국가를 이루었고, 나중에 로마에 정복될 때까지 큰 번영을 누렸다. 디오니시오스는 이 풍요로운 식민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그에게는 엄청난 세금이 들어왔으며, 궁전은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왕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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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30분 전,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동네 지붕 위로 퍼진다. 분주하던 성당 안에도 그 소리의 무게가 스며들며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미사 오 분 전, 다시 종이 울린다. 자리에 앉은 신자들은 그 울림에 마음을 내려놓고 가다듬는다. 곧 시작될 미사를 기다리며, 종소리가 주는 안정감과 이끄는 힘 안에서 조용히 준비한다. 몇 년간 울지 않던 종이 얼마 전 성당 수리를 모두 마치고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이 ‘성당의 종소리가 다시 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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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오춘기’라 부르는 갱년기는, 노화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안면 홍조, 불면증, 기분 변화, 그리고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등이 주요 증상들이다. 그 외에도 관절 통증이나 체중 변화 같은 건강 적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피해가려 해도 세월은 막을 수 없고, 야속하게도 중년의 나이와 함께 이런 증상들은 찾아온다. 40대라는 인생의 가장 격렬한 전투 시기를 지나면, 조금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힌 50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생긴다. 바빴던 일상이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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