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아가다 보면, 이 나라가 군인과 참전용사를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예우’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신념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제도이기 이전에 약속이고, 문화이기 이전에 믿음이다. “우리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리고 결코 버리지 않는다.” 이 문장은 구호가 아니다. 실제로 지켜지는 약속이다.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미군 장교 구출 작전은 그 약속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적진 깊숙이, 그것도 고립된 고산지대. 생존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 단 한 명의 장교가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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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머니?” 토니는 사무실 한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의 소리들—키보드 소리,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그 사이로 어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토니… 차 사고가 났어.” “어머니가요? 운전하시다가 요?” “골목에서 나오는데… 차가 와서 받았어.” 토니의 심장이 순간 움켜쥐듯 죄어들었다. “엄마, 다치진 않았어요?” “사람은 안 다쳤는데… 차는 많이 망가졌어. 경찰을 불렀어. 지금 기다리는 중이야.” 전화가 끝나자마자 토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사에게 양해를 얻고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차의 붉고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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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에 담긴 온기는 식어버린 초조함에 자리를 내어 주고 YouTube들의 말소리만 겹겹이 쌓여 이정표 없는 미로가 된다 어제 놓아둔 기억이 어디쯤 이었을까 쏟아지는 메일함은 풀리지 않는 타래 같고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혼돈을 밀어 내려 발버둥 친다 오늘도 애써 웃어 보이는 가면 아래 지친 영혼은 쉼표 하나 찍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그림자만 씁쓸하다 어지러운 발걸음 뒤로 풀려 버린 신발 끈 처럼 마음이 덜렁 거릴때 숨을 고르고 잠시 멈춰 서서 내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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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타고 불어오는 꽃과 풀 내음이 가슴을 살살 간지럽히는 봄이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앞서 꽃을 찾고 연한 새순을 따라 눈길을 주다 보면 내 마음을 빼앗는 녀석 들이 있다. 어디에 심어 놓아야 요녀석들이 뿌리를 내리고 제 모습을 뽐내며 살아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사 들고 온 작은 꽃들을 여기저기 심었다. 하지만 작고 여린 꽃들은 한철 아름다움을 뽐내고는 시들어 죽어 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인지 아니면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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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기억하고 지켜준다는 의미는 그 존재가 오늘에 존재하도록 삶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주는 행위이다. 그것을 사랑 혹은 우정이라고도 부른다.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1900년대부터 1940년대의 이탈리아가 주된 배경이다. 주인공 미모와 비올라는 당시 관습과 계급의 수많은 심연을 건너며 그들의 우정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은 두 개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글을 전개한다. 한 부분은 3인칭 시점이다. 죽음을 앞둔 82세 미모와 그가 마지막으로 조각한 피에타상(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으로 인한 이상한 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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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40년 경력의 외식업 경영 전문가로서 식자재와 장비,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 세계화 전략에 관한 제언을 6회에 걸쳐 연재해 왔다. 오늘은 그 마무리로 한식 세계화의 마지막 퍼즐인 ‘이름 통일’에 관한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최근 뉴욕이나 파리의 중심가에서 한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하지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 외국인 고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언어의 혼란’이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수많은 전략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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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첨단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전장을 분석하고, 위성이 지구 반대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며, 극초음속 미사일이 시간의 개념마저 무력화하는 시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 기술 위에 여전히 군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형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이 단순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지도 위에서는 가느다란 선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는 세계 경제의 ‘숨통’과도 같은 곳이다. 그리고 그 숨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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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살아온 한국 남자들도 늙어가며 배우자가 아프거나 여행을 가거나 사별하게 되면,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아씨나 H마트의 반찬 코너가 큰 도움이 된다. 김치, 나물무침, 각종 국, 요리된 생선과 육류는 물론 떡과 묵, 전까지 다양하게 판다. 한국 음식점들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가끔 투고 음식 한 개로 두 끼니가 해결되기도 한다. 부인을 사별하고 혼자 사는 두 친구에게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두 분 다 음식점과 반찬 가게를 이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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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지나자 완연한 봄이다. 모든 생명이 탄성을 지르듯 빠르게 세상에 모습을 들어낸다. 특히 온갖 나무들에 빠끔히 돋아나오는 여린 잎들이 제각기 다양한 색조로 신선하다. 운전하면서 양 도로변의 푸름에 취하니 조니 캐쉬가 부른 ‘40 색조의 초록’ 노래가 내 안에서 터져 나와 물오른 나뭇잎들과 어울린다. 1959년, 27세의 조니 캐쉬는 영국으로 공연하러 가던 길에 비행기 창 밖으로 본 초록의 섬, 아일랜드에 반했다. 그는 공연을 마치자 바로 아일랜드를 방문했고 푸름에 푹 취해서 이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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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어디 있니? 오늘 올 줄 알았는데 소식이 없어서…” “잠시 바람 쐬러 나왔어요”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을 넘어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곁에 있던 남편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님을 뵈러 갔다. 어머님은 쌓인 서운함과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셨다. 나는 선생님 앞에서 꾸중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 갔지만, 나는 점심도 차려드리지 못한 채 그냥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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