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43)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하지(6월 21~22일)쯤에 캔 감자를 하지감자라 한다. 낮이 길어서 햇볕을 많이 쬐어 맛과 영양이 좋은 감자이다. 하지가 지나면 장마가 시작되고 습한 기후에 감자가 썩기 쉬워서, 어릴 때, 시골에서는 하지 지나고부터 감자를 끼니처럼 먹곤 했다. 삶은 감자를 더 맛있게 먹으려고 나는 설탕에 찍어 먹었는데, “어떻게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냐? 소금에 찍어 먹어야지.” 하는 핀잔을 듣고, 설탕과 소금으로 치열한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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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은 명, 청대에 걸쳐 24명의 황제가 거주하며 통치하던 황궁이다. 1988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지막 황제’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푸이의 굴곡진 삶을 보여주는 영화다. 푸이는 황제가 될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포로로 모진 고초를 당하다가 풀려난 후에는 베이징에서 평민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천하를 호령하던 황제에서 일개 정원사가 됐지만, 그제서야 그는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황제’가 된다. 그리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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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을 떠올리면 어쩐지 남성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대통령의 연설, 대기업 CEO의 인터뷰, 뉴스 속에서 비춰지는 권력자의 모습은 대부분 남성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은 “세상은 남자들이 움직인다”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일상으로, 조금만 더 가까운 곳으로 돌려보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쉬코노미’(She-conomy) 즉, 여성이 경제의 주체가 되는 현상은 더 이상 특정 분야의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경제 전체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시사 주간지 타임이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여성이 수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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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 다양한 취미 생활을 배울 기회를 마련한 ‘행복대학’에 나도 참가한다. 이곳에는 각종 악기와 운동, 영어, 수학, 노래, 성경 등 여러 강좌가 있고, 점심 전에는 ‘행복 토크’ 시간에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 이번 주 행복토크 주제는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경험’이었다. 남자들만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돌아가며 나눈 이야기들은 영화보다도, 소설보다도 더 진실되고 흥미로웠다. 그중 한 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내가 들으며 상상하고 이해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면 이렇다. “1975년, 나는 미국에 왔습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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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끝난 줄 알았는데 뜻밖의 부록이 펼쳐질 때가 있다. 요즘의 내 삶이 그렇다. 새롭게 펼쳐지는 부록 같은 날들은 또 다른 빛깔로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 보았던 월간미술 잡지가 떠오른다. 가끔 별책 부록과 함께 받을 때면, 선물 받고 들뜬 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전시 일정과 작가 소개, 작품 사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늘 먼저 손이 갔다. 내게 ‘부록’ 이라는 단어 뒤에는 반가움과 설렘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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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보르게세 (Borghese) 공원과 도시 중심가 가까이 있는 건물 4층을 개조한 숙소는 완벽한 위치였다. 가고 싶은 곳 걸어서 찾아갈 수 있었고 이동하지 않고 한곳에 머무니 마음도 여유로웠다. 숙소의 넓은 방들의 벽과 천정의 그림들이 문을 열어준 문화도시를 찾아 나섰다가 건물사이로 바람에 펄럭이던 태극기를 보며 “아하!” 했다. 내가 어디서 왔음을 상기시켜 줬다. 오랜 역사의 흔적으로 질펀한 도시에서 나는 5천년 역사를 가진 모국을 겹쳐봤다. 남은 것과 사라진 것들, 대대로 지켜온 것과 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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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말은 중요하다. 리더의 말은 단순한 언어적 유희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따를 생각과 행동의 기준을 제시하며,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탁월한 언어적 감각과 깊이 있는 중국 고전 학습을 통해 짧은 단어 몇 개로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중국 전문가 김명호 박사는 이렇게 정리한다. “마오쩌둥은 말의 힘을 터득한 언어전략과 선전선동의 대가다. 장제스가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것은 선전 선동에 미숙했기 때문이다.” 혁명기 중국공산당의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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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배기 한 사발이 넘쳤다 떠난 사람 떠나고 없어서 되레 무성한 비 운 자 리 말로써 없는 체취를 가득 채우는 부재의 전말서 있잖아요로 시작하는 소곤거림 들을 사람 다 듣는 막돼먹은 문법이 헤집을 수록 야릇한 해방감 같은 입의 배설이 서늘하다 침묵은 몇 킬로그램일까 입이 방정이라는데 뒷말에 뒷말이 몹시 구리겠지만 거르지 않은 탁배기 한 사발에 거슬거슬한 시장기가 후련하다 이게 아닌데 하다가도 뻥 뚫린 가슴이 남몰래 웃고 있다 그게 그렇다 세상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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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병이 나서 처음 집에 있을 때, 친절한 친구 분이 같이 체육관에 가자고 했다. 그의 테슬라 차에 타고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운전해 갈 때, 교통 혼잡으로 앞길이 막히자 자동차가 저 혼자 골목길을 찾아 잘도 빠져나간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혼자 운전하는 것이 너무도 신통방통했다. 자율주행을 하는 무인 택시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차가 혼자서 목적지를 향해 차선도 바꾸며 복잡한 곳을 피해 샛길로 운전해 가는 차를 직접 타보니 신기했다. “그래,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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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남매를 키우신 엄마는 10년 넘도록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지금 나는 오래전 나의 엄마처럼 아침마다 남편과 아들의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그때의 엄마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 오빠, 언니들, 나하고 동생 모두 학교 다닐 때는 아마도 엄마의 아침은 거의 전쟁과도 같았으리라. 아침밥을 먹이는 것도 힘든 일이었을 텐데 5개 도시락까지 준비하려면 도대체 밥과 반찬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야 했을 지 생각만해도 숨이 벅차다. 한참 먹성이 좋은 아이들 다섯을 먹이려면 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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