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만난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사람마다 생각과 해석은 다르다. 물 반 잔을 보고 “이제 반 잔 밖에 안 남았네” 하며 불만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 반 잔이나 남았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많이 들은 이야기다. 차를 타고 가다 창밖을 보니, 영하의 날씨에도 지팡이를 짚고 걷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추운 날에 다리도 성하지 못한 할머니가 혼자 걷다니,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얼굴을 찌푸리며 걱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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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일상에서 쉽게 드러나는 이러한 태도는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자기 방어의 흔적이다. 성경에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구절은, 이러한 인간의 모순을 오래전부터 꿰뚫은 구절이다. 우리는 타인의 작은 허물은 확대해서 보고, 정작 자신의 더 큰 결함은 보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심리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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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가 될 자격도 갖추지 않은 채, 사랑하는 마음만 믿고 미래를 보장하는 어떠한 믿음도 없지만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았을 때, 나는 그저 신기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책임감도 들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하고 임신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저절로 커 줄 거라 믿었으니 얼마나 무 책임 하고 무 능력 한 일 이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다. 그렇게 아이를 낳아 돌보며 밤낮 가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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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나면, 포근한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소파에 편안히 몸을 맡긴다. 방구석에서 세계여행 하기를 좋아하는데, 그 날은 유독 ‘한글을 쓰는 나라’라는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즐겨 보던 여행 유튜버의 영상이라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그저 유행하는 K-culture를 어설프게 흉내 낸 마을이겠거니 여겼던 나의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인도네시아는 1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나라로, 수많은 소수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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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남긴 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3000년 통사다. 사마천은 당시 자신이 섬기던 한 무제에게 밉보여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미처 마치지 못한 를 완성하기 위해 성기를 잘라내는 궁형을 자청하고 풀려나는 치욕을 감수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사람의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이것은 죽음을 쓰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명과 인간세상을 통찰한 불후의 역사서를 저술한 사마천이 남자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치욕인 궁형을 당하고 나서 그 울분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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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부부와 우리 부부가 점심을 먹으며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다시 들으니, 재미있다. 귀담아들으니, 재미있고 연속극 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그분들은 74년에 미국 와서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다 보니, 플로리다 사는 도시에 상업용 빌딩을 소유하게 되었다. 휴일에 건물을 점검하려 부부가 빌딩안에 들어갔다. 문을 잠그지 않은 틈을 타 들어온 강도에게 돈과 패물을 빼앗기고 심하게 얻어맞아 혼절했다.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분들은 그날의 끔찍한 사건을 지금 돌아보며 그때 그 사고가 오늘의 감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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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딸 둘이 성장해서 집을 떠난 후, 딸들 방에 있던 침대를 들어내고 하나는 남편의 서재, 다른 하나는 내 서재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사용하던 책상과 책장들을 물러 받은, 좋게 말해서 서재이지 사실은 서로의 구역은 절대로 침범하지 않기로 하고 각자의 비밀스런 방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방은 개인물건 잡동사니 방이 됐다. 그리고 손님이 오거나 손주들이 오면 두 방은 금지구역으로 문을 닫는다. 내 서재는 3면에 책장 다섯이 있고 영국에서 가져온 책상과 한국산 책상에 테이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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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생 배우기 (48)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책 작가, 케빈 행크스의 그림책 은 한국에서 <내 사랑 뿌뿌>로 제목이 변경되어 출판되었다. ‘뿌뿌’는 이 책의 어린 주인공 ‘오웬’이 애착하는 노랗고 보드라운 담요이다. 원서에서는 ‘퍼지(Fuzzy)’로 불린다. 잔털이 보들보들한 느낌이 나는 ‘퍼지’라는 이름도 좋고, 아이들이 부르면 귀여운 느낌이 드는 ‘뿌뿌’도 좋다. 보통 3세 이하의 걸음마를 하는 시기에 아이들은 애착물건에 집착한다. 젖떼기와 같은 주 양육자와 조금씩 분리되는 과정에서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 같은 불편한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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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에 책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과연 나는 제대로 늙고 있는지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있다. 주변에서 나잇값을 못하는 노인들을 가끔 보게 되면서 이런 모습이 나에게도 해당되지는 않을까 부담감으로 자리 잡으면서부터이다. 오래 전에 SNS에서 본 어느 분의 글이다. ‘철 안든 사람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공감이 되는 바 커서 노트에 메모해두었던 것이다. “철 안든 사람은 첫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 사소한 일에도 격하게 반응하고,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분노를 즉각적으로 표출하면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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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주말에 AMC 극장에서 한국 영화 ‘어쩔 수 없다’(No Other Choice)를 보았다. 박찬욱 감독의 2025년 작품으로, 이병헌이 남자 주인공 ‘유 만수’ 역을, 손예진이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만수는 한국의 한 대형 제지회사에서 간부급으로 일하는 사원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지난 25년간 만수에게 안정적인 일터였다. 그의 집은 부유한 동네의 큰 저택이고, 아름다운 아내 미리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집안에는 어린 딸이 연주하는 첼로 선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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