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몽고메리로 이사 와서 처음 다닌 성당은 성 베다(St. Bede)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지만 남편 따라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성당에서 미사를 봤었다. 이번에 이 성당의 100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하며 나에게 믿음의 바탕이 되었던 지난날의 우연이 아니었던 운명 같은 일들을 떠올렸다. 나는 종교 없이 성장했다. 어릴 적 산에 가면 절에 가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 탑을 돌며 소원을 말했지만 정작 불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는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 집은 안양에 있었고 학교는 서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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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쌀쌀한 겨울 저녁, 9시가 조금 지나자 무슨 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벤저민 카터 헷의 의 서두는 소설스럽다. 1933년 2월 27일 바이마르공화국 국회의사당에 불이 났다. 헤르만 괴링 무임소장관, 아돌프 히틀러 총리, 프란츠 폰 파펜 부총리, 선전 전문가 요제프 괴벨스, 비밀경찰 총수 루돌프 딜스가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타오르는 불빛이 히틀러의 얼굴을 조명처럼 비춘다. 지은이는 그날을 ‘바이마르공화국 마지막 밤, 독일 민주주의 마지막 밤’이라고 썼다. 히틀러 내각은 화재 다음날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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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먹어봐” 보기만 해도 싱싱한 깻잎과 부추를 한 웅큼 담아 건네어 준다. 내가 다니고 있는 성당에서 알게 되어 가깝게 지내고 있는 언니인데 손 재주가 좋아 한국에서는 헤어 디자이너로 일을 하였다고 했다. 그 덕분에 내가 몸이 아파 1년 가까이 치료받는 동안 머리를 손수 잘라주고 다듬어 주었는데 그런 언니가 텃밭을 가꾸는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다. 제때에 씨를 뿌리고 정성껏 돌보는 그녀의 텃밭에는 계절에 맞는 채소들로 가득하다. 나에겐 이름도 낯선 풀인데 뜯어서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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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년에 한번씩 주어지는 휴가 시간이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 목적지는 늘 한국행이었다. 부모님도 계시고 익숙한 고국 여행은 언제 가더라도 편안하고 설레인다. 아이들을 키우는 내내 동분서주 바빴다. 성향도, 나잇대도 서로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며 나의 젊은 아줌마 시절은 많은 시간이 육아와 라이드에 투자되었다. 혼자서 한국으로 날아가 부모님 품에 안길 때면, 부르짖던 말이 “나 좀 쉴래, 아무것도 안해도 돼”였다. 그저 조용히 있는 온전한 ‘쉼’이 나의 고국 방문 힐링 타임이었다. 그랬던 내가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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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3일 아침 7시. 아침 식사 중 기침을 한 순간,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씻고 다시 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오른쪽 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출근하려던 아들이 운전하여 서둘러 알파레타의 안과 병원으로 향했다. 정밀 검사를 마친 의사는 내 동공 사진을 보여주었다. 눈은 맑았지만, 오른쪽 눈에는 검은 점이 있었다. “눈 중풍(eye stroke)입니다. (정식 명칭은 Central Retinal Artery Occlusion) 뇌졸중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눈 질환이지요.” 의사는 설명했다. “시력을 회복하려면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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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오래된 스크랩북을 정리하다가 내 환갑 때 아내로부터 받은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누렇게 빛바랜 편지는 우리의 첫만남의 추억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30년 전 8월의 어느 무더운 날 이었지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을지로 3가의 그 다방을 기억하세요? 그 날 당신이 근무처에서 작은어머니로부터 잠깐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영문도 모르고 불려나온 것이 바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맞선 보는 자리였다고 했지요. 가난한 집안 8남매의 맏아들로 태어나 30이 넘도록 결혼할 염두를 못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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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광고는 이제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오늘날 우리는 광고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광고는 현대 사회에서 단순한 제품 소개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형성하는 강력한 문화적·경제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AI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구글, 메타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광고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상업 구조를 뒤바꾸며, 수많은 기업들이 이를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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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퇴자연맹(AARP) 잡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설탕은 우리 건강을 장기적으로 해치고, 노화를 촉진한다고 한다. 노화는 일방통행이다. 누구도 청춘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은 빨리 늙고 일찍 생을 마감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천천히 늙으며 장수한다. “노년에 접어들수록 누구나 세포가 늙어 가는데, 설탕을 많이 섭취하면 세포가 정상보다 7배나 빨리 늙어간다”고 한다. 의사이자 영양사이며 건강 연구 교수인 로버트 러스틱(UC 샌프란시스코)은 2024년, 342명의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설탕 섭취를 줄인 그룹의 여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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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봄이라며 올린 꽃사진 고국을 방문했다고 했다 몇 개의 사진 한 컷 같이 볼 수는 없어도 몰래 보는 것도 아니면서 훔쳐보듯 아무 때나 혼자 보는 꿈결 가고 싶다 계절의 옆구리가 지독하게 결린들 봄이 봄이고 꽃이 꽃인 걸 사진 안에 있고 사진 밖에 있는 테두리 없는 조각 조각들의 몫 아닌 곳이 어디 있겠는가 강이 강이고 산이 산이겠지만 물이 뭍이고 뭍이 물인 듯 표지판의 글씨는 어디랄 것도 없는 이름이 있어도 이름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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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소리, 세상의 숨결 담는 순간 찰나의 빛, 기억의 순간으로 빚어 내고 새벽 여명 담아 내려 산길 오르며 석양 빛 노을에 옛추억 떠 올 리네, 거리의 풍경속에 삶의 희노애락 담고 사람들의 표정속에 인생의 깊이 담아 내며 나의 손 끝에서 살아 숨쉬는 세상의 환희와 슬픔, 그 모든것을 담아내리 젊은 날의 열정 다시금 불타 올라 렌즈 너머 세상과 소통하며 카메라와 함께하는 여정속에 삶의 의지 찾아가는 팔십 젊은이 기억은 흐릿해지고 시간은 덧없이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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