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우리 졸리가 안 먹어요. 성당 길냥이 가져다주세요” 올케 손에는 졸리가 외면한 고급 고양이 간식이 들려 있었다. 까다로운 졸리의 입맛 덕분에 우리 성당 길냥이들이 가끔 호사를 누린다. 내가 사다 놓은 간식은 늘 같은 종류의 통조림이지만, 졸리가 입도 대지 않은 화려한 먹이를 가져가는 날이면 녀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궁금해진다. 사제관 주변의 길고양이들이 마음에 걸렸던 신부님이 밥을 주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4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인기척만 나도 재빨리 몸을 숨기던 녀석들이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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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을 걷어내니 먼지가 가득하다. 드디어 미루고 미루어 왔던 마루 공사를 시작했다. 오래된 카펫을 뜯어내고 마루로 깔아볼 생각으로 우리 방부터 손을 댔다. 방 안 가득 채워졌던 가구를 거실로 옮기고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내어 놓았다. 버려진 물건들은 바로 쓰레기가 된다. 방금 전까지도 방 안에 놓여 있었고 어딘 가에 쓰여 지길 기다리던 것들은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물건임이 확인되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버려졌다. 케케묵은 것들을 치우니 속이 다 시원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공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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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셰스쿠는 1967년부터 1989년까지 24년간 루마니아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이다. 1965년 루마니아의 당 서기장직을 장악한 차우셰스쿠는 제일 먼저 국명을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바꾸었다. 루마니아는 그의 사유물이 되었다.그의 집권 기간 24년 동안 무자비하게 숙청당한 자의 수만도 무려 2만 명에 달했다. 1989년 12월 중순, 티미쇼아라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차우셰스쿠는 해외 순방 중이었다. 그는 이 사태가 언제나 불만을 가진 소수 헝가리계 주민들과 순탄한 관계가 아닌 소련 서기장의 사주를 받은 불만분자들이 일으킨 소요라고 생각했다. 차우셰스쿠는 자신이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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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트럭 한 대가 보일 뿐 자회전 차선은 비어 있었다. 나는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바꾸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에 있던 트럭이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를 울리며 쏜살같이 내 오른쪽으로 붙었다. 그리고는 창문 밖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욕을 내뱉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신호등이 바뀌어 내가 좌회전을 할 때 그 트럭은 직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나를 노려보며 담배 연기와 함께 욕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직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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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일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유지하는 것이 은퇴 후 매년 계속되는 나의 새해 목표이다. 해마다 나 자신과 환경이 조금씩 변하듯, 새해의 목표 또한 미세하게 모습을 바꾼다. 먼저 하루의 리듬을 전과 같이 지키도록 노력하자. 아침 5시 반에 일어나고 저녁 9시쯤 잠자리에 드는 생활 패턴을 올해도 유지하자. 삼시 세끼의 시간도 규칙적으로 지키고, 음식은 단백질과 채소를 중심으로 영양의 균형을 생각하며 과식은 피하자.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가장 정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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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에서 돌아다닐 적에는 복잡한 6-8차선 교통을 피해 시간이 걸려도 나는 뒷길 운전을 선호한다. 신호등이 많고 구불구불한 도로지만 푸근한 여유가 있다. 그런 나의 선택을 싫어하는 남편 때문에 연말에 집에 있던 사위가 운전사로 나섰다. 사위는 복잡한 도로에서 쌩하고 지나는 차들과 섞여서 빠르게 지그재그 운전했다. 옆에 앉았던 남편이 전혀 불평하지 않자 뒷자리에 편하게 앉았던 나는 웃었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 사위는 시간 낭비를 싫어하고 늘 긴장하는 바람에 나는 그의 마음에 여유를 주기위해 소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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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47) 비 온 뒤 맑게 갠 아침, 숟가락들은 아직 서랍 속에서 잠을 자고 있고, 아침 햇살이 팬케이크 위의 달콤한 버터처럼 이불 위에 따뜻하게 녹아 든다. 새들의 노래와 힘찬 수탉 소리, 엄마 아빠가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와 베이컨이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 그리고 “어서 일어나, 밥 먹어야지!”하며 나를 깨우는 소리! 토끼 슬리퍼를 신고 살랑살랑 춤추며 식탁 앞에 앉아 달콤한 시럽을 뿌린 팬케이크를 먹고, 해님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풀 더미에서 동물들과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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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년 봄, 몽골고원의 최북단 지역에 위치한 오논강의 발원지에서 쿠릴타이(부족지도자회의)가 열렸다. 오논강 유역은 테무친이 태어난 고향이다. 이 자리에서 테무친은 몽골고원의 모든 유목민을 통치하는 가장 높은 자리인 ‘칸’에 즉위했다. 칭기즈칸의 탄생이었다. 칭기즈칸은 1207년 중국 서북쪽 변경에 있는 서하를 공격해 무릎을 꿇렸다. 몽골고원을 벗어나 시도한 최초의 정복전쟁에서 승전고를 울린 것이다. 이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칭기즈칸의 기마군단은 파죽지세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해나갔다. 13세기 몽골 기마군단의 말발굽 아래 유라시아의 모든 왕국이 초토화되었다. 칭기즈칸은 저항하던 서하를 아예 지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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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 관계는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첫 번째이자 가장 오래 지속되는 관계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절대적인 의존과 헌신,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맺어진다. 다른 관계들은 어느 정도 대등한 입장에서 시작하거나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부모와 자녀 관계는 선택의 여지없이 시작되며, 이 뿌리 깊은 유대 속에서 형성된 역할과 기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쉽게 변하기 어렵다. 부모가 성인 자녀를 대할 때 느끼는 감정은 깊은 사랑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안에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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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엄마의 87세 생일날이었다. 큰딸이 사온 보라색 스웨터를 곱고 예쁘다 하시며 입으셨다. 마음에 드셨는지 이렇게 고운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면서 사진을 찍어 보라 하셨다고 한다. 오빠와 언니는 괜한 마음에 농담이시려니 했지만 엄마는 좋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서 한번 찍어 보라 하시는 바람에 갑자기 집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고 미국에 사는 동생들 보라고 사진을 올려 주었다. 사진 속 엄마는 흰머리 곱게 빗어 가지런히 하셨는데 얼굴엔 감출 수 없는 검버섯이 살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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