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소셜시큐리티(Social Security) 연금 관련 세금 문제는 늘 뜨거운 관심사다. 최근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OBBB)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된 세법 개정안이 “이제 연금에 대한 세금 안 낸다더라”는 소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문에는 큰 오해가 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당초 소문처럼 OBBB에 소셜시큐리티 연금에 대한 전면 면세 조항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금에 대한 과세를 완전히 폐지해 주는가 보다”라고 기대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내용은 빠졌고, 대신 65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한시적으로 2028까지 소득공제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얼버무려졌다. 즉, 기대를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타협책이었다.
OBBB에 담긴 내용은 만 65세 이상 개인에게 6000달러, 부부 공동 신고 시 1만2000의 한시적 소득 공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공제는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포함한 모든 과세 소득에 적용된다. 연금 수령자뿐 아니라 근로소득자, 투자소득자 등 만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해당된다. 65세 이상이면 부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65세 이전에 소셜연금을 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점과, 65세 이상이면 소셜연금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세법 개정으로 주어지는 혜택은 소셜 연금과 별로 관계없다고 볼 수 있다. 이 혜택은 신청하지 않아도 세금보고 시 자동으로 계산해야 하는 조항이다.
중요한 점은 이 공제가 소셜시큐리티 연금 자체를 비과세로 만드는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제를 통해 과세소득이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연금 과세체계 자체는 그대로다.
참고로 기존 소셜시큐리티 연금 과세 대상은 단일 신고자의 경우 종합소득(combined income)이 2만5000달러 이상, 부부 공동 신고자는 3만2000 이상일 때부터 발생한다. 종합소득은 조정총소득(AGI) + 비과세 이자 + 소셜시큐리티 연금의 50%로 계산한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연금의 최대 50~85%까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은 한인들이 OBBB 통과 후 “이제 연금에서 세금 안 뗀다”라는 식의 SNS 게시글이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았다. 하지만 이는 사회보장국(SSA)에서 보낸 이메일이나 일부 언론 보도가 다소 잘못 전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 개정을 “한시적 혜택”으로 평가하며, 연금 과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6000달러 공제는 2028년까지 적용되며, 연 7만5000 이하(부부는 15만달러 이하) 소득자에게는 6000달러 전액 공제되고 그 이상 소득자에게 소득 증가분에 6%씩 공제 혜택이 줄어든다. 따라서 연 17만5000 이상(부부는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혜택에서 제외된다. 중산층 이하 한인 은퇴자들에게는 이 혜택이 상당히 의미 있을 수 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6000달러 공제만으로도 연방 세금 부담이 크게 줄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이 혜택은 주(state) 세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연금에 주 소득세를 부과하는 주에서는 여전히 세금이 부과된다. 둘째, 세금 신고 때 공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혜택을 놓칠 수 있으니 회계사나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연금 수령액이 많지 않은데도 세금 부담을 느끼는 은퇴자들에게 이번 세법 개정은 잠시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금에서 세금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고 계획을 세운다면 나중에 불필요한 세금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재정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셜시큐리티 연금에 대한 세금 면제는 사실이 아니다. 연금뿐 아니라 근로소득, 투자 소득이 있는 은퇴자들은 이번 공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미리 계산해 보는 게 좋다. 예산 계획을 세우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신고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화가 생길 때마다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재정 관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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