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양치기는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생산한다. 양과 늑대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모를까, 사람들은 늘 양과 늑대와 관련된 정보에 민감하다. 양치기가 초원에서 양을 지켜야 사람들은 마을에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래서 양치기가 구름을 늑대로 잘못 봤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다.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게 아니라, 믿어야 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정보 흐름이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지니까, 양치기는 아마도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늑대가 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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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와 사람의 삶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는 듯하다. 탁구 게임은 예측하기 힘든 공의 움직임과 순간의 판단이 게임의 흐름을 좌우한다. 이는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인생, 예상치 못한 변수와 선택의 연속인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탁구는 본질적으로는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순간의 집중과 빠른 판단이 필요하고, 한 번의 실수가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듯이, 인생에서도 작은 선택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닮아 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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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2001년 1월 일기를 읽어 보았다. 그 날짜부터는 컴퓨터로 일기를 썼고 그 전에는 종이 노트북에 일기를 썼다. 2001년 1월 9일 일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버트 슐러 목사의 크리스털 처치 웹페이지를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스트 인사 들과의 다양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그 중,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수류탄 폭발로 잃은 한 남성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전쟁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은 그는 한때 자살을 시도하고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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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체력 단련을 시작했다. 혼자YMCA를 드나들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려왔다. 여름의 문턱으로 들어선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나오다 길목 어귀 8K Run대회 광고에 눈길이 멈췄다. 지난번 한국 방문에서 만났던 오랜 친구가 런닝을 시작했는데, 체력도 키우지만 기분이 참 상쾌하다고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을 했었다. 나와는 먼 얘기라며 흘려 들었지만 가슴에 번호표를 달고 10K를 달린 친구의 사진에서는 뜨거운 에너지와 충만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대회에 나가 코스를 뛴다는게 어떤 느낌일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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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남부 오렌지 비치의 해변에 도착하니 푸른 하늘아래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백사장이 뜨거운 햇살에 출렁이고 있었다. 올 여름 ‘할머니 캠프’에 참여한 두 손주들과 발가락을 간질이는 모래밭을 빠르게 뛰어서 물가에 발을 담겼다. 맑은 물이 옥 빛으로 환하다가 짙은 청색으로 깊이를 가늠하지 못해도 아이들은 겁내지 않고 바다에 안겼다. 열린 하늘과 따스한 바닷물, 여유와 평안속에 우리는 완벽한 순간을 잡았다. 큰딸네 8살 아이와 작은딸네 5살, 두 사내녀석이 물속에서 풀쩍 뛰며 파도를 타느라 행복한 소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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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를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사슴’이다. 천하가 어지러울 때 강호의 영웅들은 모두 사슴을 쫓았다. 사슴은 왕권과 천자를 상징한다. 그 지리적인 배경은 황허 유역의 중원이었다. 중국의 역대 왕조가 이곳을 중심으로 역사를 만들었다. 중원에서 강호의 군웅들이 사슴을 잡으러 나서면 권력의 중심이 사라진 난세의 예고였다. 중국을 통일한 한고조가 조용히 한신과 더불어 여러 장수들의 군사 통솔능력에 대해 말을 나누었다. 고조가 한신에게 묻기를 “나같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 군대의 장수가 될 수 있겠는가?”하니 한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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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날이라고 아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서 영화관에 갔다. 막 새로 개봉한 영화 제목이 ‘Materialists’였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 맨해튼이며, 중상류층 젊은 백인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주인공은 루시라는 여자다. 루시는 한때 배우를 꿈꾸다가 중매쟁이가 되어 뉴욕 맨해튼의 중매회사에서 성공적인 중매쟁이로 활동하게 된다. 영화는 성공적인 중매쟁이인 루시가 자신의 배우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전부터 사귀던 남자 친구와 새로 사귄 부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가난한 남자 친구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다. 루시는 자신이 중매해서 성사시킨 커플의 결혼식장에 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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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로 초연결된 현대 사회는 의미 있는 신체 접촉이 부족한 ‘터치 결핍’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외로움을 증가시키고 신체 건강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 SNS의 연결은 신체 접촉의 따뜻함과 즉각성을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손잡기와 같은 신체적 접촉을 우선시하는 것은 정서적 웰빙과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제스처를 넘어 현대 사회의 고립감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이자, 인간관계에 있어서 저비용 고효율의 웰빙 전략이다. 손잡기를 포함한 대면 접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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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5전쟁이 일어났을 때나는 12살의 국민학교 6학년생이었다. 개전 다음날 학교에서 수업중인데 북한의 야크 전투기가 서울 상공에 나타나 한바탕 기총소사를 하고 돌아갔다. 아이들은 창문가에 몰려가 북한 전투기를 신기한 듯이 올려다보면서 소리쳤다. 6월 28일 새벽 한강 쪽에서 들려오는 번개 찬둥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나중에 그것이 한강 인도교 폭파 소리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 서울은 인민군에 점령되었다. 개전 3일만이었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인공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앳된 얼굴의 인민군 병사가 탱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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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체육관이 잠시 문을 닫았다. 수리를 한다는 이유였다. 운동을 쉬기 싫어 다른 체육관을 찾았고, 낯선 공간에서 근육운동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여러 번 탁구장에서 마주쳤던 분이었다. 이름은 몰랐지만, 미국인들이 그를 “미스터 하하”라 부르는 통에 나도 그렇게 불렀다. 그날, 내가 다리 근육 운동 기구에 앉아 있을 때 그는 운동을 마친 듯 내 옆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예전엔 그저 공을 주고받으며 스쳐 지나갔을 뿐, 속 깊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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