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이웃 간 쪽지 사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웃집 문에 붙여진 “앞집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조금 기다렸다가 나와주세요”라는 요청이었다.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 쪽지는 언뜻 보면 개인적인 요청 같지만, 사실은 우리 시대의 독특한 사회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같았으면 가볍게 주고받았을 인사나 작은 대화는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대면 접촉 대신 비대면 방식이 기본 선택이 된 장면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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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80년대의 세대는 극심한 경제적 곤궁과 정치적인 격변속에서 혼란의 시기를 직접 보고, 겪고, 견디며 이시간 까지 달려 왔다. 그시절엔 생활 전반에 걸쳐 절약과 검소를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오늘날 번영하는 한국경제의 발판을 마련한 세대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가난했던 그 시절, 부모 세대의 몸에 밴 절약 정신을 우리세대도 그대로 보고 배웠다. 일상용품에서부터 주식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철저히 아끼고 절약하며 지냈던 그 시절 생활상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돌아 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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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자 골목 찻길에서도 낙엽이 바람에 실려 춤을 춘다. 앞서 달리는 차가 일으킨 돌개바람에, 길 위에 나뒹굴던 잎들이 다시 공중으로 솟구친다. 아씨마켓점에 들렀다가 메도우 처치 로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길, 풀밭 한 귀퉁이가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풀들이 꼬리를 흔드는 듯 살랑거린다. “어, 저거 강아지풀 아니야!” 잊고 지내던 익숙한 존재를 오랜만에 만난 기쁨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오래전에 헤어졌던 강아지가 주인을 알아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충청도 산골에서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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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인생배우기 (45) 앨라배마 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체아하(Cheaha) 산이다. 몽고메리에서 차로 3시간 가까이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산으로 해발 약 735미터이다. 다른 주에 있는 높고 웅장한 산들에 비하면 동산처럼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이 귀한 미국 동남부에서는 그나마 등산다운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다. 이 산 볼드락(Bald Rock)에 앉아 아래를 바라보면 여태껏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식과 활력을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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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전 가을,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1989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Driving Miss Daisy’는 깐깐한 유대계 노부인과 흑인 운전사의 인간적인 관계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특히 초반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노부인이 운전사의 소소한 운전 버릇을 트집잡는 것이 그 당시 내 남편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운전할 적에 나는 옆에 앉은 남편을 ‘미스터 데이지’라 불렀다. 세월이 지나면서 노부인 미스 데이지는 운전사인 호크를 믿고 의지했지만 내 남편은 그러질 않았다. 사실 예전에는 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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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서로에게 주는 선물이다. 상대에게 진심을 다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 그 만남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다산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이 그러하다. 다산과 황상의 만남은 험난한 유배지에서 이루어진, 인간적인 존중과 깊은 학문적 교류가 있었던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정리를 나누는 깊은 관계였다. 정조 서거 후, 몰아닥친 노론 벽파의 공격으로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다. 유배지 주민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다산은 동구 밖 주막집에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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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멈추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라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 한국의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다. 그는 올해 92세인데도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128번째 책인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출간했다. 오래전, 이웃에 사시는 은퇴한 의사분이 한국에 갔을 때 강원도 홍천에서 일주일을 보냈다고 했다. 이시형 박사가 만든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왔는데 매우 좋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바쁘게 일에 쫓기며 살던 습관을 완전히 잊고,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보는 경험이 좋았다고 했다. 숲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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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 위에 몇 안 되는 물건을 올려놓고, 뭔가를 사주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굵게 패인 이마의 주름을 따라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내 눈을 맞추려 올려든 이마는 더 깊은 골을 만들었고, 누런 이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구경하던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넸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한낮의 태양 아래,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구슬땀이 반짝였다. 그 땀방울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꼈다. 옆에 앉은 어린 소녀의 이마에도 땀에 젖은 잔머리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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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과 적당히 차가운 날씨의 가을 시작이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여 전날 싸놓은 짐과 함께 차에 올랐다. 집에 남겨두는 남편과 막내에게 무사히 잘 다녀오겠노라는 비장한 각오를 전하고 출발했다. 며칠 전 타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 아이가 공연을 보려 친구와 계획했었지만 일이 생긴 친구가 못 가게 되었다고 속상해했었다. 무척 아쉬워하며 힘빠진 아이를 위로해 주려, “나랑 같이 갈까?”는 말을 무심결에 했다. 예상외로 “엄마 갈 수 있어? 시간돼? 같이 갈래?” 물으며 삽시간에 흥분한 목소리가 수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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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서로마제국 멸망 후 동로마제국의 최고 전성기를 이끈 황제다. 그는 분열된 동서교회를 통합시키고 이탈리아 본토 회복과 지중해 세계의 통일로 옛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고자 했다. 이 황제 뒤에는 현명하고 강단 있는 한 내조자가 있었다. 바로 테오도라 황후였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비탈레 성당 제단을 둘러싼 세 벽면은 비잔틴 시대의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중앙 벽에는 천구 위에 앉은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그 양편에 각각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와 그의 부인인 황후 테오도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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